호주남친과 첫번째 한국여행 ep.1 (22년 11/25~12/23)ㅣ이태원 해밀턴 호텔, 용산 전쟁기념관

나는 남자친구가 한국에 오기 한달 전에 먼저 입국했다. 코로나로 지난 몇 년간 한국방문이 어려웠기 때문에 꽤나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오자마자 한국에서 처리해야할 일들과 그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냈고, 몇 년만에 가족여행으로 제주도 행을 결정한 상태였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조정하고 나니 공교롭게도 남자친구가 한국에 도착 한 날 나는 제주도에 있어야했다ㅠㅠ…하하;
결국 난 가족들과 남자친구 양쪽에 양해를 구하고 남자친구보다 하루 늦게, 가족들보다 하루 일찍 서울에 가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처음 방문한 여자친구의 나라에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이 홀로 입국해야했다… 다시 생각해도 미안함;
게다가 당시에 남자친구가 할 줄 아는 한국어라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 뿐이었기 때문에 정말 물가에 애 내놓은 기분이 이런건가 싶을 정도로ㅋㅋㅋ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1월 25일
남자친구는 입국하자마자 바로 공항 유심센터에서 LGU+한달짜리 데이터 무제한 심을 샀다. 남자친구 말로는 어떠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당황스러울 정도로 모든 게 빨리 끝났다고 하는데 그냥 그게 한국 빨리빨리 문화라고 알려줬다. 어디서 뭘 사던 스몰톡이 기본인 호주에서 온 입장에선 생소할 것 같긴함..ㅎ 나중에 남자친구가 두번째로 한국에 왔을 땐 내가 같이 가서 구매했는데 한국 사람인 나한테도 별다른 설명같은 거 없이 거의 3분만에 처리해줬다. 난 이런 서비스를 선호하는데 외국인 입장에선 그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그래도 심구매는 쉬운 미션이었다.
남자친구는 캐리어 두개와 백팩을 메고 공항에서부터 서울역까지 직행트레인을 타고 가서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가야했다. 인천공항이 워낙 광활한데다 직행 트레인 말고도, 공항철도도 있어서 설명하는데 한참 애먹었다. 다행이도 친절한 공항 인포메이션 직원의 도움을 받아 직행 트레인까지는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문제는 서울역ㅠㅠㅠㅠ 서울역은 기차, 1호선, 4호선, 공항철도, 공항직행 트레인에 쇼핑몰까지 같이 있어서 외국인들에겐 난이도가 상인 곳이다. 열차에서 하차해 개찰구까지 가는 계단만 잘못 선택해도 엉뚱한 출구 쪽으로 나가게 됨.. 그래서 꼭 지상으로 올라가서 서울역 광장으로 나가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얘도 개찰구를 잘못 나가서 그 많은 짐을 끌고 지하를 한참 헤맸다. 게다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고 거의 지하미로 같았다면서…
어찌저찌해서 택시승강장까지 갔는데 두 번이나 승차거부를 당했단다.
아마도 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긴 하지만.. 외국인이라서 그런거일지도…? 남자친구를 보자마자 기사님들이 냅다 노! 노! 이러면서 손사레를 쳐서 어리둥절해서 나한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외국인을 승차거부하거나 바가지씌우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걸 검색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기사님을 바꿔달라고 해서 해밀톤 호텔까지 대충 얼마나오는지 여쭤봤다. 솔직히 서울역에서 이태원은 코 앞이라 대략적인 금액을 말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기사님은 짜증을 내면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가봐야 알지 미터기 찍고 갈거에요”라고 대답했다; 그걸 왜 모르세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참음^^…
남친한테 절대 만원은 안넘을거라고 따로 귀뜸해주었는데, 나중에 얼마냈냐고 물으니까 몇천원 나왔는데 그냥 만원짜리 지폐내고 거스름돈 안받고 내렸다고 했다. 왜그랬냐니까 그냥 기사님이 스트레스 받아보여서 팁 준거래..ㅎㅎ;;
근데 얘는 현금으로만 결제하면 호주에서도 맨날 거스름 돈을 안받음.. 예전에 브리즈번 한식당에서 밥먹는데 한 60불정도 나왔는데 100불내고 거스름 돈 안받는거 보고 내 돈도 아닌데 조금 빡칠뻔..😅 호주는 팁문화도 없는데 왜 그러냐니까 맨날 그러는 것도 아니고 현금있을 때만 그러는거라 괜찮다나 뭐라나…;

<해밀톤 호텔>
11월 25일 ~ 12월 4일
디럭스 트윈룸 1,439,777원

해밀톤 호텔 디럭스 트윈룸 (더블베드+싱글베드)

숙소를 정할 때 남자친구는 꼭 헬스장이 있어야된다고 했고 나는 넓은 공간과 위치가 중요했다. 에어비앤비가 훨씬 싸고 넓으니까 여긴 어떻겠냐고 남친한테 몇개 리스트를 추려서 보내줬는데 자긴 비싸더라도 호텔이 편하고 좋다고 큰 방으로 예약할테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예약 후에 짜잔하고 보여준다고해서 난 얘가 어디 예약하는지도 모르고 용산구, 강남구, 중구에 있는 호텔 중에 지하철역 가까운 데로 하라고 했더니 우리 둘이 원하는 조건 모두 다 부합하는 퍼펙한 호텔을 찾았다면서 뿌듯해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들 알다시피 해밀톤 호텔은 이태원역 1번 출구 계단 바로 앞에 있고 위치도 용산이라서 서울 어디를 가도 30분이내면 도착인데다가 서울역까지 가까워서 너무 편했다. 방도 디럭스룸이라 충분히 넓어서 우리 둘 캐리어 다 펼쳐놓고 지내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욕조도 있어서 목욕도 몇번 했다. (남자친구는 키가 커서 이용 못함 195cm)
호텔 헬스장은 대부분 사진과 실제랑 다르고 장소도 너무 협소해서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해밀톤 호텔은 헬스장도 크고 필요한 기구도 전부 갖춰져있었다. 게다가 이용 고객도 별로 없어서 쾌적했다. 남자친구는 한국에서 간 호텔 헬스장 중에서 해밀톤 호텔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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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내가 밤 비행기로 김포에 도착하는 일정이라 남자친구 혼자 하루를 보내야했다. 난 가족들이랑 우도에 있었음ㅎㅎ;;
남자친구는 역사나 과학 등에 관심이 많아서 박물관을 좋아한다. 그래서 얘가 직접 선택한 첫번째 관광지는 해밀톤호텔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용산 전쟁 기념관.
전쟁기념관은 초등학교 때가고 (아마 20년전일듯..ㅎ) 그 뒤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계속 리모델링하고 확장해온 것 같다. 남자친구 말로는 전쟁 관련 뿐 아니라 역사관도 으리으리하고 재밌었다고 한다. 각종 탱크나 군함 모형들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어서 FPS 게임(오버워치, 서든어택, 발로란트, 배그, 스포 등)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좋아할거라고 강력 추천했다.

용산 전쟁기념관

박물관 내부에 산성이 재현되어있어 세트장같았다고 함

전세계 총, 탱크, 제트기, 군함 등등 다 볼 수 있음

군함이나 탱크 중에 탑승할 수 있는 것도 있음

남자친구는 그렇게 혼자 박물관 투어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내가 이태원에 도착했다.
사귀고 1년간 매일 보다시피하다가 처음으로 장기간 떨어져본 거라 한달 만에 보는건 데도 엄청 설레고 긴장됐다. 첫 데이트하러가는 기분이었음..ㅎㅎ;;
김포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역에 도착할 쯤에 내려오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드디어 만났음ㅠㅠㅠㅠㅠ
진짜 보자마자 얘가 달려와서 나를 번쩍 안아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다행히 한밤중이라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음.
안자마자 눈물이 줄줄 났다. 흨흨흨 장거리 연애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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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트는 장편으로 연재 될 여행기 ep.1이며 이 전에 올린 프롤로그부터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음편부터는 저와 함께한 여행이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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